어떻게 이렇게 지금 이 글을 쓰게 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오늘도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일상적인 하루였기 때문이다. 오늘도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계속하고, 늦은 새벽 꾸준히 실천하고 있는 '매일 배포'를 완료한 후 잠시 기지개를 켜고 있었던 중이었다. 그러다 문득 지금 내가 느끼고 있는 감정을 돌아보게 되었고 '내가 이 일을 좋아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확실히 피로했지만, 분명 나는 즐기고 있었고 만족감과 보람을 느꼈다.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잦은 밤샘과 강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어떻게 된 일일까? 대학교에 입학하여 프로그래밍을 접한 후, 대학교를 4년 동안 졸업하고 군 전역을 앞두고 있으니 이 일을 시작한 지 약 6~7년이 지났다. 누군가 보기에는 짧은 시간일 수 있지만, 당연하게도 나에게는 이렇게 오랫동안 한 일은 처음이다. 그리고 지금의 느낌은 이 일을 영원히 할 수 있을 것도 같다는 느낌이 든다.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라도, 지난 6년 동안의 경험을 돌아보며, 왜 개발자가 되었는지, 이 직업이 나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어떻게 이 일을 평생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이번 글은 내 블로그의 다른 글들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 글은 온전히 나, 정확히는 1년, 5년, 10년 후의 나를 위한 것이다. 이 글이 앞으로 만날 수많은 파도와 역경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직업의 본질과 성장에 대한 열망

직업에서 보람을 느끼려면 그 직업의 본질에서 의미를 느낄 수 었어야 한다. 내 생각에 개발자라는 직업의 본질은 프로그래밍이라는 문제 해결 도구를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것을 가능하게 하여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와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말 운이 좋게도, 나는 이러한 과정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대학교에 입학하여 처음 프로그래밍에 접했을 때는 단순한 흥미에서 시작했다. 과제로 주어진 간단한 문제를 푸는 것이 재미있었고, 동기들과의 경쟁도 즐거웠다. 운이 좋아서 다른 사람들보다 아주 조금 더 잘했고, 성적도 좋아서 성취감도 느꼈다. 지금 생각해 보면 형편없는 실력이었음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아 주셨던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그로부터 약 2~3년 후에 변화의 계기가 일어났다. 당시에는 부끄럽게도 나는 ‘무지의 권태’에 빠져 있었다. 웹 페이지의 겉보기 동작 정도는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오만하게도 개발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당시 나는 학교에서 총동아리연합회라는 동아리를 위한 학생회의 회장을 맡아 동아리 박람회를 준비하고 있었다. 동아리 박람회는 학기 초에 신입부원을 모집하기 위해 모든 동아리가 홍보 부스를 운영하는 행사로, 동아리에게는 1년 중 가장 중요한 행사이다.

 

그러나 당시 유행하던 코로나바이러스(COVID-19)로 인해 동아리 박람회가 갑작스럽게 취소되어 온라인으로 박람회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많은 학교들이 SNS를 통해 박람회를 대체했지만, SNS를 사용하지 않는 학생들도 많고, 팔로우하지 않는 학생들에게는 정보를 전달하기 어려웠다. 또한, SNS의 특성상 각 동아리의 특성을 살리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었다. 작년에도 SNS를 통해 홍보를 진행했지만, 홍보 효과는 사실상 미미했다.

 

결국 고민 끝에, 나는 각 동아리의 특성을 살릴 수 있고, 문자로 전송하면 모든 학생들이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박람회 사이트를 직접 개발하여 배포하기로 결정했다. 이 갑작스러운 변화였기에 시간은 매우 촉박했지만, 약 2주 동안 나를 포함한 개발자 2명, 디자이너 1명, 데이터를 수집하고 입력할 한 명과 함께 작업에 착수했다.

 

당시의 2주는 아마도 내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노력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서비스를 처음 만들다 보니 부담도 컸고, 동아리 특성을 살리는 기능을 구현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예를 들어, 예술 분과 동아리들을 위한 전시회 기능 구현 등이 그렇다. 그래서 거의 매일 동아리실에서 잠을 자고, 아침에 학교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았다.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다가 다른 학생이 들어와서 놀라는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성공이었다. 박람회 당일 오후 1시에 전교생에게 문제가 전송되었고, 전송된 지 1시간 만에 1,700명이 사이트에 접속했다.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서비스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고, 공감도 수십 개에 이르렀다. 3일간의 박람회 기간 동안 전교생의 90%, 총 6,300명이 우리 서비스에 접속하여 동아리 박람회를 즐겼다.

당시 애브리타임 사진, 참고로 저 익명3은 사칭이다

 

이런 정량적 성과보다 박람회가 끝난 후에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것은 한 동아리 회장이 해주신 말이었다. 그 분은 작년부터 코로나 때문에 신입부원 모집이 어려워져 동아리 운영이 매우 힘들어, 심지어는 30년이 넘은 동아리를 해체할까 고민하기도 했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가 잘 준비해 준 덕분에 신입부원이 작년보다 거의 2배나 늘어나 동아리를 계속 운영할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말씀을 전해주셨다.

 

이때, 나는 처음으로 내 직업의 힘을 직접 보고 느꼈다. 물론, 이 한 가지 일만으로 지금의 열정이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 이후로도 여러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발생하면서, 이 직업에 대한 의미를 찾아가고, 열정이 점차 깊어졌다. 하지만, 이 사건 이후로 내가 이 직업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태도가 변화한 것은 분명하다.

 

먼저, 내가 얼마나 부족한지를 깨닫게 되었다. 사회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여하고 싶었지만, 그러기에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 스스로 공부하는 방법과 습관을 형성하게 되었다. 수업 시간 이외에도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을 시도하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배웠다.

 

개발 분야가 특수한 경우인지는 모르겠으나, 이 분야에서는 더 많이 알아갈수록 알지 못하는 것이 계속 늘어나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배울 때마다, 같은 것을 보아도 미묘한 차이를 느끼게 된다. 이를 어떻게 설명할까? 올림픽 경기를 보는 경우, 세밀한 차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나와 달리 해설가는 그 차이를 알아차리고 논평하는 것과 같다. 모르는 것이 많아질수록 배움에 대한 갈망이 커지고, 이런 갈망이 성장을 원하는 원동력이 된다.

 

가끔은 내 부족함과 앞으로 배워야 할 것들의 양과 시간 때문에 압도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괜찮다. 나는 내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알기 때문이다.

 

<내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음 편인, 나는 왜 개발자가 되었는가?(2) - 뛰어난 집념과 끈기로 문제를 해결하는 개발자가 되다 에서 작성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