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해외 뉴스레터나 기사를 읽다 보면 정말 내가 알던 세상이 맞나 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만큼 기존의 상식과 질서가 빠르게 변하는 것이 눈에 보인다. 아직 내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우리 사회가 거대한 변화를 앞두고 있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그 시작은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의 등장이다. 사실 AI는 우리 사회에서 이미 꽤 익숙한 존재이다. 우리는 AI가 설계한 알고리즘에 의해 어떤 영화와 영상을 이어서 볼지, 어떤 물건을 추가 구매할지를 결정한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가 특별한 점은 그전에는 AI가 ‘소비’를 위한 추천 부분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생성형 AI는 ‘생산’ 분야를 중점적으로 다룬다는 것이다. 기존에 AI로 인해 우리의 소비 패턴이 완전히 바뀌었듯 이, 생성형 AI로 인해 우리의 생산 방식에 무수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직감은 지난 11월 7일 OpenAI사가 주최한 개발자 컨퍼런스 DevDay를 보고 확신으로 바뀌었다. 사실 나는 챗GPT와 같은 LLM 모델에 보수적인 입장이다. 나는 이들이 완전하지 않으며 아직 기술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챗GPT가 공개되고 1년 동안 어떤 발전을 거듭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고, 이는 내 고정관념을 완전히 무너뜨렸다. 컨퍼런스를 다 보고 가장 먼저 생각이 들었던 것은 내 생각보다도 기술 발전이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가 오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이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은 합리적인 일이고, 이에 대응하는 것은 이성적인 일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시대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고 새로운 시대에서 개발자의 모습은 어떤지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가 어떤 것을 유지해야 하고, 어떤 것을 바꾸고 새롭게 수용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변화의 시작

2022년 11월 30일 OpenAI사의 생성형 AI 챗 GPT가 세상에 공개되었다. 잘 알다시피 챗GPT는 등장과 동시에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떠오르는 생각을 대화하듯 입력하면, 챗GPT가 필요한 정보나 결과물을 만들어 즉시 피드백을 제공해주는 놀라운 경험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왜 챗GPT가 전세계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는지를 이해할 것이다. 챗GPT는 서비스 시작 5일만에 100만명을 회원을 모집하며 당시 기준으로 최단 기록을 갱신했을 뿐만 아니라 시작 100일만에 1억명 이상의 회원 수를 기록했다. 참고로 인스타그램은 100만명의 회원 모집에 2.5개월 넷플릭스는 3년 5개월이 걸리 것을 고려하면 챗GPT의 초기 열풍을 짐작할 수 있다.

 

새로운 혁신적인 기술이 등장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2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낙관주의로 새로운 기술로 인해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이로 인한 연쇄적인 혁신이 일어나면서 결과적으로 사회가 더욱 풍요로워 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비관주의로 새로운 기술에 영향받는 분야 사람들이 실존적인 위협을 받게되며 결국 수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잃어 사회적인 혼란을 가져온다는 것이다. 내 주장은 둘 사이 조금은 모호한 지점에 있으며 양면적이다. 나는 생성형 AI로 인해 수 많은 기회와 가치가 쏟아짐과 동시에 수 많은 직업군이 존재론적 위협을 받게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연히 개발자도 예외는 아니다.

 

어떻게 이런일이 가능할까? 보통 사람들은 AI로 인한 비관적인 미래를 예상할 때 AI의 역할과 성능을 부풀려서 생각하곤 한다. AI가 너무나 강력해서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는 식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에서 AI 특히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를 과대평가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들이 아직 완전하지 않으며 아직 기술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가 주장하는 바는 오히려 과대평가 된것은 AI가 아니라 인간이라는 것이다. AI가 완전하지는 않지만 인간 또한 완전하지 않다. 우리는 종종 이 사실을 잊어버리곤 한다.

 

AI가 완벽하기 때문이 아닌 단지 AI가 특정 영역에서 인간보다 더 낫기 때문이라면 AI를 사용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오히려 AI가 잘하는 부분은 AI에 맡기고 인간은 인간이 잘하는 것에 집중하여 서로 협업하는 것이 이성적인 판단일 것이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어떤 영역에서 AI가 인간보다 낫냐는 것이된다. 내 생각에 2가지 측면에서 AI는 우리 인간보다 탁월하다.

 

첫 번째: 시간

2018년 데니스 뇌르마르크와 아네르스 포그 옌센은 <가짜 노동>이란 저서에서 우리가 직장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진짜 노동이 아닌 ‘가짜 노동’을 하는데 소비하고 있음을 밝혔다. 그들은 우리가 가치를 만들어 내는 ‘진짜 노동’을 하는 시간은 전체 노동에 3분의 1에 불과하며 나머지 시간은 무의미한 ‘가짜 노동’을 하며 보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은 우리 직관과는 전혀 맞지 않는다. 우리 모두 매일 쉴 틈 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고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회사로부터 봉급을 받고 있지 않는가?

 

그들은 이를 우리가 여전히 산업사회 초기처럼 ‘시간’을 팔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초기산업사회 노동은 투명하다. 이 시기에는 노동자가 들이는 시간과 거기서 생성된 가치 사이에는 비례 관계가 성립한다. 공장에서 노동자가 일한 시간만큼 가치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들은 이를 무대 앞 노동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무대 앞 노동은 먼 곳에서 들어온 값싼 인력과 자동화 기계에 위탁되었기 때문에 사라지고 무대 뒤 노동인 사무직만 남게 되었다. IT 전문가, 관리자, 연구자, 경영인, 홍보팀, 지원팀 등에 이뤄지는 무대 뒤 노동은 투명하지 않다. 그들은 무대 뒤에 있기 때문에 생상한 가치를 직접 계량하기 어렵다. 특히 조직의 수직적인 관료제와 업무 분업 구조는 계량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과하고 무대 뒤 노동 역시 자주 계량화되어 시간 당 보수가 주어진다. 오늘날까지도 무대 앞 노동 절차를 모방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산업사회 시대의 관념을 파괴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는 여전히 고릿적 노동시장을 지배하던 형틀에 시간을 채우기 위한 새로운 업무 즉 ‘가짜 노동‘을 끼어 맞춰 살고 있다. 즉 현대 사회에서 우리가 팔고 있는건 여전히 개인의 ’시간‘ 이다.

 

개발자의 가짜노동

그렇다면 우리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어떨까? 첨단 시스템으로 무장하며 매번 생산성과 효율성을 부르짓는 우리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편향이 들어갔을 수도 있겠지만 가짜 노동과 생산성, 효율성 측면에서 개인적으로는 소프트웨어 개발 분야는 다른 분야보다 조금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우리는 가짜 노동을 꽤나 일찍부터 인식하고 있었다. 애자일은 비효율적인 산업 사회의 틀과 가짜 노동을 해체하고자 세운 우리 분야만의 새로운 가치 체계이다. 애자일 메니페스토가 2001년이니 <가짜 노동> 개념이 나오기 17년 전에 문제를 느끼고 분야의 본질에 입각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다. 애자일 가치 체계와 원칙이 처음에는 애플리케이션 코드를 중점적으로 다뤘다면 이후 점점 확장되어 인프라스트럭처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개발의 전체 과정을 다루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2009년 ‘데브옵스’와 같은 용어가 생겨났다. 실제로 넷플릭스, 아마존, 페이스북과 기타 몇몇 플랫폼 기업들은 애자일과 데브옵스를 조직에 성공적으로 도입시켜 엄청난 생산성과 효율성을 기반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그러나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따르면 86%의 기업이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빠르게 개발해 출시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했으나, 가트너는 2022년까지도 데브옵스를 시도한 기업중 무려 75%가 데브옵스를 정착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발표했다. 모두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만 데브옵스가 나온지 13년이 지나도록 이를 성공적으로 도입한 기업은 소수에 불과하다. 2013년에 진 킴, 케빈 베어, 조지 스파포드가 쓴 <더 피닉스 프로젝트>는 IT 조직에 내제된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인 업무 구조와 가짜 노동을 제거하고 데브옵스를 조직에 정착시키는 과정의 어려움을 생생하게 묘사하여 수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샀다. 아마존에는 이 책에 내용에 공감한다는 2만개의 리뷰가 달렸다.

 

가짜 노동의 증거는 또 다른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2022년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실리콘밸리의 제직자 중 62%가 자신의 무능함이 회사에서 드러날까봐 두렵다며 '가면 증후군'을 호소했다. 가면 증후군은 자신이 이룬 성공의 원인이 외부에 있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자격이 없는 사람으로 여기고, 성과에 대해 주변인을 속이고 있다는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가면 증후군은 가짜 노동으로부터 비롯되며, 다시 가짜 노동을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형성한다. 조직 구성원 중 자신의 기여가 성과에 비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가짜 노동을 만들어 자신의 무능함을 가면으로 감춘다. 가면 증후군에 걸린 사람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자신을 과시하고, 이는 주변 사람들이 자신을 무능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그들이 다시 가짜 노동을 만들어 가면을 쓰도록 유도한다.

 

가짜 노동에 대한 논의는 우리가 시간을 팔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 이는 지금까지 별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모든 일이 가치를 만들어낼 수는 없다. 누군가가 가치를 만드는 방법을 고안한다면, 누군가는 시간을 팔아 문서나 코드로 타이핑하여 그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일은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과 시간을 파는일 2가지가 혼재되어 있다. 그러나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은 관료제, 업무 분업과 같은 현대 조직 구조에서 불투명하며 어렵게 측정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에 따른 비용 지불이 현실적인 대안이였다. 물론 이러한 대안은 구성원들이 가치를 만드는 일보다 시간을 판매하는 데 초점을 맞추게 되는 위험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더 이상 시간을 파는 일을 하지 않게 된다면? 우리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

 

시간을 팔지 않는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팔지 않는다. 이제 시간은 AI가 팔게 될 것이다. 인간은 시간을 파는 일에서 AI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한다. AI는 밥도 안먹고, 퇴근도 안하고, 잠도 자지 않을 뿐만 아니라 좀만 보채도 눈빛이 변하는 동료와 달리 아무리 보채도 성질 내지 않는다. 또한 AI는 정보 처리 및 정보 기반 의사결정에서 속도로 인간을 압도한다. 마지막으로 다소 디스토피아적인 이야기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사회적 비용이 계속 증가한다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AI는 기업의 입장에서 관리와 경영 부담히 훨씬 덜하다. 인간이란 특수성은 시간을 파는 일에 있어서는 걸림돌이자 병목현상일 뿐이다.

시간을 파는 일은 AI에 의해 자동화 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가짜 노동은 대부분 사라지거나 일부 살아남은 것은 AI에 의해 자동화 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슨 일을 하며 무엇을 팔게 되는가? 우리에게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가치를 만드는 일로 우리는 이 일에 집중하게 될 것이다. 즉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팔지 않는다. 대신 우리는 가치를 팔게 된다.

시간을 팔지 않는다면, 더 이상 시간에 숨을 수 없다. 더 이상 자신의 부족함을 감추기 위해 가짜 노동을 만들어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 우리에게는 가치를 만드는 일만 남았기에 유일한 평가의 기준은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제 마지막으로 숨을 수 있는 곳은 조직의 관료제와 분업 구조뿐이다. 앞서 살펴봤듯이 이런 조직 구조에서는 개인이 만들어내는 가치를 계량하기가 어렵다. 다음으로 살펴볼 AI의 특성은 가치를 만들어 내는 형태를 바꿔 기업이 조직 구조를 개편할 수 밖에 없도록 만들 것이다.

 

두 번째: 숙련

2023년 포브스는 생성형 AI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 산업으로 파이낸스와 뱅킹, 미디어와 마케팅, 법률 서비스를 선정했다. 비슷한 시기에 골드만 삭스는 행정, 법률, 엔지니어링 분야가 AI에 의해 가장 많이 대체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분야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 번째는 화이트컬러 라는 것이고, 두 번째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언어 규칙이 있고, 구조화된 문서가 있으며 이를 익히는데 오랜 시간의 축적과 숙련이 필요하다는 것 이다.

 

우리는 어떻게 조직과 고객에게 기여하며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을까? 기존에는 주어진 일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며 숙련하면서 경험하과 함께 축적한 노하우와 지식이 나의 가치로 이어졌다. 조직은 업무를 R&R에 따라 분할하였고, 각 역할에서 숙련한 사람들은 맡은 책임을 능숙하게 처리하고 다른 역할들과 협업을 하며 업무를 처리해 가치를 창출했다. 그리고 이들간 협업을 관리하고 조율하는 것은 관리자가 맡았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경력 N년차라는 것은 자신의 가치와 권위를 증명하는 증표였다. 경력 20년차라는 것은 20년동안 맡은 역할에서 책임을 다하며 성공적으로 지내왔다는 뜻이다. 20년이라는 긴시간 동안 축적한 축적한 노하우와 지식에 존경과 경외심이 절로 느껴진다.

 

이 시스템이 꽤나 견고하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시스템은 오랜 시간동안 잘기능해왔다. 내 아버지가 무사히 정년퇴직을 할 수 이었던 이유도 이 시스템 덕분이었다. 나도 이 시스템의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솔직하게 나도 다가올 불확실할 미래보다 이 시스템 속에서 살 고 싶은 마음이다. 그러나 이제는 작별을 고해야할 시간이다.

내가 20년간 숙련하며 축적해온 경험과 지식, 노하우가 AI에 의해 하루만에 자동화된다. 이게 정말 가능하냐고? 너무나 쉬워서 문제다. 정답이 있는 문제, 즉 특정한 규칙이 있는 지식이나 노하우, 정규화된 프로세스는 관련된 문서만 있다면 너무나 쉽게 자동화할 수 있다.

 

자동화되면 사람들은 이제 AI와 협업하여 그동안 오랜시간 숙련이 필요한 일을 쉽게 진행할 수 있다. 예를들어 공항 활주로에 관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해보자. 이전에는 회로도나 표준 운영 절차를 찾아보면서 필요한 정보를 얻거나 이에 능통한 담당자를 찾아가 조언을 구했을 것이다. 그러나 AI로 자동화된 이후에는 단순히 AI에게 필요한 것을 질문하기만 하면 된다. 이 사례에서 우리는 2가지 변화를 찾을 수 있다. 첫 번째는 개인이 증강된다는 것이다. AI와 같은 지능화된 개체와 협업하는 개인은 이전보다 복잡한 문제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두 번째는 더 이상 기존의 가치 형태가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 분야에서 오래동안 몸담으면서 쌓아올린 탑은 더 이상 내 가치를 증명해주지 않는다.

 

일을 없애는 사람

그렇다면 앞으로 무엇이 가치를 만들어내는가? 먼저 답이 있는 문제는 앞으로 AI가 풀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답이 없는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 AI는 기존에 오랜 시간 숙련이 필요한 분야를 자동화하고, 우리는 AI와 협력해서 기존에 없던, 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새로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는 식으로 분업이 이뤄질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문제를 해결한 다음이다.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전처럼 그 일에 계속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혁신을 찾아서 떠나야 한다.

 

바이브 컴퍼니 부사장인 송길영 박사는 <시대예보: 핵개인의 시대>에서 앞으로 일을 잘하는 사람은 ‘일을 없애는 사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을 잘하는 사람은 그 일에 머무르면서 일을 열심히하거나 숙련하는 것이 아니라 AI로 자동화시켜 일을 없애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답이 없던 문제를 해결하여 답이 있는 문제로 만든다면 더 이상 그 일을 지켜내는 것이 아니라 그 일은 AI가 하도록 자동화하여, 나는 또 다른 새로운 문제를 찾아나가야 한다. 즉, 가치는 더 이상 내가 일에 얼마나 오랜 시간 몸담으며 숙련했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혁신을 만들어내는가에 달렸다.

 

조직 구조의 변화

지적 협력의 대상으로 AI가 들어온다면 기존 조직 구조는 생산 효율이 극도로 떨어진다. 마치 자리만 차지하고 기름만 좀먹는 오래된 자동차와 같다. 먼저 기존에 생산성과 효율성을 위해 채택되었던 R&R와 같은 분업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분업은 답을 아는 문제 해결에서는 효율적이나 답이 정해져있지 않은 문제에서는 비효율적이다. 이 경우 개인이 자동화된 프로세스 내에서 AI와 협업하면서 직접 업무를 처리 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더 이상 조직 단위로 업무를 처리하지 않게 되고, 대부분의 기존 업무가 자동화 되어있기 떄문에 실무를 보지 않는 관리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사라질 것 이다. 기존의 수직적이고 분할되어 있던 조직 구조가 수평적이고 직선적인 구조로 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직의 가치 흐름이 투명해진다.

 

새로운 구조에서는 더 이상 조직 구성원의 숫자와 조직의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는다. 새 구조에서는 1만명의 구성원 보다 지능화된 다양한 개체와 상호작용하고 높은 차원의 문제 정의가 가능한 10명이 더 높은 생산성을 올릴 수 도 있다. 그리고 이전과 가장 다른 점은 이들이 만들어 내는 가치가 투명하게 측정된다는 것이다. 이런 투명성은 조직이 더 이상 크기를 늘릴 이유를 찾지 못하도록 한다.

 

우리는 더 이상 시간에 숨을 수 없다. 시간을 파는 일은 AI가 하기 때문에 더 이상 시간과 생산성이 비례하지 않음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이상 조직 구조에 숨을 수 없다. 가치를 만들어내는 형태가 숙련을 통한 현상유지에서 문제 해결을 통한 새로운 혁신으로 기울어짐에 따라 조직 구조가 수평적이고 투명해지기 때문이다. 이는 숙련의 대상이 AI로 인해 협력의 대상이 되었기에 가능하다. 우리는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더 이상 두려움에 숨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가지고 내 역량을 다해서 만들어내는 가치로 투명하게 평가 받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