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는 프로그래밍이라는 현대의 훌륭한 문제 해결 도구를 가지고 있기에, 주도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이러한 이유로 개발자는 종종 리더 역할을 맡게 되는데, 나 또한 개발자로서 내 주위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 역할을 맡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누구나 리더가 될 수는 있지만 위대하고 훌륭한 리더가 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나는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노력했다. 아직도 이 질문에 대한 완전한 답을 찾기는 어렵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이 질문에 대한 아주 작은 통찰을 얻었다는 느낌이 들어 이를 글로 적어보려 한다. 추후에 더 많은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면 이 글에 돌아와 내용을 계속 추가하도록 하겠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이 질문을 처음으로 던진 것은 처음으로 리더의 역할을 맡게 되었을 때였다. 부끄럽게도, 나의 첫 리더 경험은 엉망이었다. 잘못된 리더십이 팀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직접 경험했다. 그때의 기억을 되살리는 것은 부끄럽고 고통스럽지만, 논의를 계속하기 위해 여기서 공유하고자 한다.
 
내 첫 리더 경험은 2021년, 대략 3년 전에, '소프트웨어 마에스트로'라는 IT 프로그램에서 팀장의 역할을 맡을 때 이다. 나를 비롯해 팀에는 총 3명의 멤버가 있었는데, 모두 각자의 분야에서 뛰어난 열정과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더욱이, 우리 팀을 돕기 위해 실력 출중한 3명의 멘토도 함께 했다.
 
당시 그 프로그램에서 우수한 성과를 얻기 위해서는 비즈니스적 성과가 중요했다. 우리 팀은 아동심리상담센터를 대상으로 AI 기반 아동행동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는 B2B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비즈니스 성과를 올리기 위해 다양한 기업과 업체들에 우리 서비스를 알렸고, 운 좋게도 아동 심리에 특화된 스타트업과 MOU를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솔직하게, 우리의 제품은 시장에 출시하기에 아직 기술적 성숙도가 부족했다. 인식할 수 있는 행동의 수가 부족했을 뿐더러, 특정한 장애물이 있을 경우 인식률이 급격히 떨어지는 결함이 있었다. 그래서 시간을 들여 기술 성숙도를 높이는 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나는 당시 다른 결정을 내렸다. MOU 체결이 큰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이 기회를 놓치기 싫어서 팀원들에게 빠른 시일 내에 제품을 출시하도록 강하게 압박했다. 물론 나 자신도 가장 열심히 일했다. 그리고 동시에 팀원들에게 저와 동등한 열정과 능력을 요구했다. 이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비판하고 다투는 경우도 있었다.
 
상황이 좋아졌을까? 그럴리 없다. 내가 압박을 가하기 전에도 팀원들은 이미 자신이 처한 상황과 환경에 맞춰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압박을 가한다고 좋아질리 없었다. 오히려 이런 압박은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가져왔고, 이는 팀원들의 열정과 동기부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렇다면 MOU 체결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는 MOU 체결로 얻은 신뢰를 잃었다. 우리가 만든 서비스는 시장에 나가기에는 너무나도 미숙한 수준이었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기술적 성숙도를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미 팀원들의 열정은 차갑게 식어버린 뒤였고, 나 혼자 남았을 때 내가 할 수 있는건 아무 것도 없었다.
 
이 경험은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덕분에 내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게 되었다. 여전히 좋은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내리는 것은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좋은 리더는 “이끄는 사람”이 아니라 “환경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좋은 리더가 있는 팀은 리더가 강하게 이끌지 않아도 팀이 역동적으로 움직이며, 때론 서로가 리더가 되어 공통의 목표를 달성한다. 즉, 리더는 촉매제이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좋은 리더의 정의와 협업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해보려고 한다. 리더의 원론적인 정의와 역할부터 시작하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자주 겪게 되는 상황들 "원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결과물을 가져온 팀원에게는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혹은 "자주 의견이 충돌하는 팀원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같은 현실적인 문제에 대한 나만의 해결책을 공유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나 포함 리더들이 저지르기 쉽지만 절대 해서는 안 될 두 가지 실수에 대해 알아본다.
 
 

리더의 책임과 역할: 세상에 문제를 드러내고, 이를 해결하라

좋은 리더가 무엇인지에 대해 답을 내릴 수 있으려면 높은 수준에서 리더의 책임과 역할이 무엇인지 명확히 해야한다. 리더는 왜 존재할까? 리더는 어떤 역할과 책임을 수행하는가? 리더의 책임과 역할은 우리의 업무처럼 명확하지 않다. 리더라는 역할은 다소 추상적인 것으로 리더를 맡는다고 추가되는 업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리더는 분명히 필요하며 누군가는 리더의 책임을 맡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책임을 명시화하고 위임하고자 리더라는 직위를 만들고 부여하는 것이다.
 
나는 가장 높은 수준에서 리더의 책임을 “목표를 명확히 하고, 팀이 목표에 달성하도록 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다. 리더가 해야하는 하위 수준의 책임과 실천 사항이 있겠지만 이 문장이 모든 리더의 역할을 포괄하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구상하고, 제기하여 그 문제를 세상에 드러내는 능력이 필요하다. 또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실행력과 실력, 여러 사람들의 강점을 활용하는 협력능력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이러한 역량이 기본적으로 리더에게 요구된다.
 
 

리더의 기능적 측면

그럼 리더는 어떻게 팀이 목표를 달성하도록 지원할 수 있을까? 리더의 역할을 기능적으로 분류하고 뼈대를 세운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1. 팀이 달성해야 할 공동의 목표를 명확한 아웃핏으로 제시하고, 그 의미를 충분히 설명한다.
  2.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목표를 세분화해 팀원이 집중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도전적인 목표와 역할을 부여한다.
  3. 팀원이 부여받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고, 소통을 통해 목표에 어긋나지 않도록 조율한다. 문제가 발생하면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는다.
  4. 리더뿐만 아니라 팀원들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함께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돕는다.

 
이 4단계를 잘 수행한다면, 리더는 팀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고, 자신의 책임을 다할 수 있다.
 
 

리더의 인간적 측면: 우리는 다르기 때문에 협력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내 경험 상 리더는 위의 4단계를 따르는 동안, 수많은 변수와 예외 상황, 그리고 선택의 갈림길을 마주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모든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팀에 속하더라도 각 팀원의 목표는 다를 수 있다. 어떤 팀원은 직무 경험과 성장을, 어떤 팀원은 금전적 보상과 직위를 목표로 할 수 있다. 또한 개인의 성향도 다르다. 어떤 팀원은 추진력이 뛰어나고, 어떤 팀원은 정보를 종합해 훌륭한 판단을 내리는 데 능할 수 있다. 어떤 팀원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데 능하며, 다른 팀원은 공감능력으로 팀을 묶는 접착제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팀원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원하는 삶도 다르다. 어떤 팀원은 도전과 성장을 중요시하며 이를 위해서라면 추가 노동도 감수할 수 있다. 반면, 어떤 팀원은 안정적인 삶을 추구하며 정해진 시간 동안 집중하고, 주어진 책임은 완벽하게 수행하지만, 그 이상의 노동은 원하지 않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의 차이도 있을 수 있으며, 내부에서는 알 수 없는 개인마다의 외부 사정도 있을 수 있다.
 
다시 질문해보자.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팀원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공동의 목표는 과연 무엇일까? 다른 목적, 성향, 가치, 열정을 지닌 팀원들에게 각각 어떠한 목표와 역할을 부여해야 최선일까? 서로 다른 팀원들을 어떻게 하나로 묶고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도록 할 수 있을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들 모두가 다를 뿐, 틀린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어떠한 것이 옳다고 단정적으로 말할 수 없다. 도전과 성장을 중요시하며 추가 노동을 감수할 수 있는 사람이 더 좋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이런 성향의 사람들만으로 구성된 팀은 반드시 성공한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프로답게’를 강조하며 외부 사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만으로 팀을 구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애초에 이것이 가능은 하는가?
 
 

다양성, 새로운 기회

다름은 관점에 따라 장점과 단점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다름은 필연적이다. 좋은 리더는 이 다양성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며, 팀원들이 팀으로 결합될 때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리더는 팀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관찰하여, 팀원들의 개성과 강점, 단점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 정보를 팀원들과 공유하여 그들이 자신의 특성을 이해하게 해야한다. 더 나아가서, 팀원들이 자신의 강점을 공유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하며, 단점은 다른 팀원의 강점으로 보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서로 다른 장점을 가진 세 명이 한 팀을 구성한다고 가정해보자. 첫 번째 사람은 강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어 '치타'로 불리고, 두 번째 사람은 신중하며 많은 정보를 수집하여 좋은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 '올빼미'로 불린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사람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능력으로 '돌고래'로 불린다.
 
하지만 처음부터 이들의 장점이 시너지를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각자의 장점을 인식하기 전까지는 그와 반대되는 단점의 시너지가 발생하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치타'는 '올빼미'의 신중한 성향을 보고 답답해할 수 있고, '올빼미'는 '치타'의 결정 재촉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또한 '올빼미'는 '돌고래'의 비현실적인 아이디어를 보고 한심하게 생각할 수 있고, '돌고래'는 '올빼미'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것에 실망하고 위축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더는 단점의 시너지를 장점의 시너지로 바꿀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팀원 각각의 장점을 파악하고, 그들 자신과 다른 팀원들에게 이를 인식시켜야 한다. 그리고 서로 협력할 때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치타'는 '올빼미'와 협업하여 불필요한 행동을 줄이고 필요한 부분에 에너지를 집중할 수 있다. '올빼미'는 '치타'를 통해 판단이나 결정이 길어지지 않고 적절한 타이밍에 이뤄지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돌고래'는 '올빼미'와 협업하여 가장 좋은 아이디어가 기존의 아이디어에서 조금만 변경했을 때 나온다는 것을 깨닫고 질 높은 아이디어를 제시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올빼미'는 '돌고래'와 협업하여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필요한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다양성의 가장 큰 이점은 팀이 위기 상황에 강해진다는 것이다. 팀원들이 서로의 강점과 단점을 이해하기 때문에, 다양한 위기 상황에서 어떤 사람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지 책임과 역할이 명확해진다. 프로젝트가 지연되어 모멘텀을 잃을 때는 추진력이 강한 치타가 활약할 수 있다. 기존의 해결책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돌고래가 중심이 되어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 여러 선택사항이 있고 결정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올빼미가 주도할 수 있다. 각 팀원은 특정 상황에서 리더가 되어 팀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팀을 이끈다. 이것이 이상적인 팀이며 리더가 할 일은 이러한 팀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리더의 현실적 고민

팀원이라도 성향, 가치관, 실력, 문제 해결 방식 등 모든 것이 다르다. 이런 차이 때문에 리더는 종종 다양한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여기서는 두 가지 어려운 상황에 대해 리더가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지에 대해 경험을 통한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형편없는 수준의 결과물 가져온 팀원에게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까?

모든 일이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은 항상 그렇지 않다. 리더도 다른 사람들처럼 바쁜 하루를 보내는데, 일정을 분할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팀원들에게 업무를 위임하곤 한다. 방금 업무를 위임한 한 팀원이 작업을 완료했다며 결과물을 검토하라고 요청했다. 당신은 노트북을 켜고 팀원이 보낸 결과물을 확인한다. 음.. 글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개선의 여지가 많았다고나 할까? 이때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혹은 리더가 아니더라도 같이 협업하는 개발자 동료가 자신의 결과물을 피드백을 요청했을 때, 그 결과물이 너무 형편 없어 당황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동료는 기대에 찬 얼굴로 당신을 바라보며, 이 결과물을 만드느라 며칠 밤을 꼬박 새웠다고 하며 자신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털어놓는다. 당신은 뭐라고 할 것인가?
 
비난하거나, 비판하거나, 불평하지 말아라
당신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하루하루 마감일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면, 위와 같은 상황에 처했을 때 동료 개발자에 대한 비난, 비판이 머리 끝까지 차오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이를 참지 못하고 팀원에게 감정적으로 대응한다면, 당장의 내 기분은 좀 풀릴 수 있어도, 상황은 개선되지 않을뿐더러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내 경험에 따르면 비난과 비판은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한다. 만약 당신의 목표가 상대방의 체면을 손상시키고, 기분을 상하게 하여, 그의 자부심과 자존심에 일격을 날리는 것이라면 비판해도 좋다. 그러나 상대방이 다음에는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면 절대로 비판해서는 안된다. 비판한다고 그 개발자의 다음 결과물이 좋아질 확률은 전혀 없다. 오히려, 그는 자신감을 잃거나 흥미를 잃을 수 있고, 심지어 당신에게 적개심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므로 절대로 비판하지 말아라.
 
신뢰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내도록 도와라
지금 당장 부족한 결과물을 내더라도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는 것은 아니다. 이는 전적으로 당신의 행동에 달려있다. 이를 달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동료를 신뢰하는 것이다. 동료가 앞으로 성장하여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진심으로 믿어야 한다.
 
동료를 비판하는 대신, 그의 결과물이 동료에게 기대했던 수준에 못 미친다는 것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라. 그리고 더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있다면 아낌없이 공유하라. 그리고 성장하는 과정에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돕겠다고 말하고 실제로 도와라.
 
“사람이 의심스럽거든 쓰지 말고, 사람을 쓰거든 의심하지 말라.” 이미 팀이 되기로 결정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돕는 것 뿐이다.
 

시시건건 나와 의견이 충돌하는 팀원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

우리 모두의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결국 팀은 하나의 결정을 내려야만 한다. 협업을 하다 보면 다른 의견을 듣는 것은 흔한 일이지만, 이상하게 매번 어떤 일이든 나와 의견이 충돌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쉽게 예민해지고 갈등으로 이어지기 쉽다. 나는 진심으로 내 의견이 팀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고, 그 사람도 진심으로 자신의 의견이 팀에게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까?
 
반박하지 말아라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의견을 반박하지 않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거나, 틀렸다고 지적하거나 비판하지 말아라. 상대방의 말을 끝까지 들어야 한다. 상대방의 의견에 즉시 반박하는 행동은 상황을 논쟁과 갈등으로 이어지게 만든다. 반박하고 싶다는 충동에 입술이 움찔거려도 참아야 한다. 우리의 목표는 내가 옳았음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팀에게 도움이 되는 ‘사실’을 찾는 것이다.
 
상대 주장의 의도를 이해하라
반박하고 싶은 충동을 참았으면, 다음으로 해야 할 것은 상대방 주장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말을 경청하고 내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질문하라. 이해한 것이 맞는지 질문하는 것은 특히 중요한데, 경청하고 있음을 드러낼 뿐만 아니라 상대방이 말할 기회를 줌으로써 우호적인 태도를 드러낼 수 있다. 이런 우호적인 태도는 대화가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준다.
 
틀렸으면 인정해라
상대방의 주장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그 주장이 나의 것보다 더 탁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면, 그것을 인정해야 한다. 이러한 의견 충돌 상황에서 상대방의 주장을 받아들이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 충돌은 내 주장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팀에 더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기 위한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
 
다 듣고 말해라
상대방의 의견을 모두 들은 후에도 여전히 내 생각이 팀에게 더 좋다고 판단한다면, 이제 내 의견을 제시해야 한다. 의견을 제시할 때 중요한 것은, 상대방과 의견이 다른 부분부터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 상대방과 동의하는 부분을 강조하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같은 목표를 추구하고 있으며, 방법만 다를 뿐이라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내 주장이 팀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그리고 상대방에게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명확하게 설명해야 한다. 그리고 겸손하게 내 의견도 틀릴 수 있으며, 더 나은 아이디어나 개선할 부분이 있는지 상대방의 생각을 물어봐야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원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고, 자신이 틀렸다는 사실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를 가능하게 하려면 마법이 필요한데, 리더는 때때로 이러한 마법이 필요한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당연하게도 위에 내가 제안된 방법을 적용해도 상대방이 설득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내 경험 상 이 방법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리더의 흔한 실수

마지막으로 수많은 리더들이 흔히 하는 실수이자, 절대 해서는 안될 실수 2가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부끄럽게도, 나 역시 이런 실수를 저질렀었고, 그로 인해 이런 실수가 팀에 얼마나 해로운지 잘 알고 있다. 두 가지 실수는 공통적으로 "우월감과 실력에 대한 오만"에서 비롯되었다.
 

마이크로 매니저

마이크로 매니저는 리더가 될 수 있는 최악의 원형이며, 팀원들의 세세한 것까지 관여하는 관리자를 말한다. 리더는 때론 오만함에 빠져 자신이 모든 것을 통제해야지만 프로젝트가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건 완전한 착각이다. 마이크로 매니저는 크게 2가지 방식으로 팀을 완전히 마비시킨다.
 
완벽하다는 착각
사람들의 성향과 장단점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앞서 언급했다. 리더도 예외는 아니다. 리더는 특정 분야에서 뛰어나기 때문에 리더가 되었지만, 모든 분야에서 뛰어날 수는 없다. 그러나 마이크로 매니저는 이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분야에서도 누구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모든 세부사항까지 관여하며 지적을 한다. 팀원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까? 그럴 리 없다. 팀원들은 리더가 나보다 이 분야에 대해 모르는 것을 알면서도, 마찰을 피하기 위해 리더의 지시를 따른다. 이런 스타일의 리더를 두고 있는 팀은 생산성이 낮을 뿐만 아니라 제품의 품질도 떨어지며, 위기 상황에 대처하지 못해 결국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팀 자율성 죽이기
마이크로 매니저가 가장 해로운 점은 팀의 자율성, 생명력을 완전히 죽여버린다는 것이다. 마이크로 매니저는 팀원들에게서 일에 대한 의미, 목표, 그리고 결국은 열정과 동기부여를 완전히 제거한다. 모든 세부사항까지 자신이 통제하기 때문에 팀원들은 일로부터 어떠한 기쁨도 느낄 수 없다.
 
실력 있고 주도적인 유능한 인재들은 자신의 자율성을 존중받고, 그것을 실현하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원한다. 따라서 마이크로 매니저가 리더인 팀과 조직에서는 유능한 인재들이 점차 떠나갈 것이며, 결국 마이크로 매니저의 말만 듣는 형편없는 사람들만 남아 경쟁에서 밀려나 팀은 완전히 사장될 것이다.
 

리더도 실수할 수 있다(God Complex)

많은 리더들은 팀을 성공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압박과 부담감에 쌓여있다. 많은 리더들이 가장 흔히 하는 착각은 자신이 너무 우월해서 나 혼자 팀을 이끌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을 가진 리더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결코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이 포스팅에서 내가 일관적으로 주장한 것은 리더도 하나의 팀원일 뿐이며 특정 부분에서는 뛰어날 수 있어도 모든 부분에서는 뛰어나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리더는 혼자 팀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팀원들과 함께 도움을 받아 팀을 같이 이끌어야 한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리더도 실수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다. 리더는 신이 아니며 항상 좋은 판단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인간이기에 실수하고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존재임을 인정해야한다. 좋은 조직과 팀은 리더도 성장한다.
 
 

마무리하며

개인적으로 리더십과 협업에 관한 글을 쓸 때마다, 글이 피상적이고 이상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 실제 상황이 더 역동적이고 변수가 많기 때문에 글로 표현하는 것보다 복잡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글에서 표현한 내용은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추구해야 하는 이상적인 방향이다. 하지만 리더도 다른 팀원과 마찬가지로 인간이기에, 복잡하고 다양한 현실 상황에서 실수할 수 있다. 아니 분명 앞으로도 실수할 것이다. 그러나 실수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수를 저지르더라도 옳은 방향을 인지하고, 조금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모든 리더들이, 나 포함하여, 이 어려운 길을 걷는 데 용기를 잃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찌르레기 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