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작품은 프리초프 카프라의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이다. 정말 하나도 관계없어 보이는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이 왜 하나의 제목에서 만났을까? 그리고 개발자인 나는 왜 이 책을 읽었을까?

 

현대 물리학은 무엇인가? 책이 출판된 1975년 기준으로 보면 상대성 이론과 양자역학 2가지로 설명할 수 있으며 주로 서구사회에서 발전했다. 동양사상은 무엇인가? 도교, 불교, 힌두교 등으로 대표되며 다소 종교적이며 철학적인 학문으로 동양 사회에서 발전했다. 실제로도 둘은 관계가 전혀 없으며 오히려 극단 점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개발은 어떠한가? 둘과 유사성이 있는가? 당연하게도 없어 보인다. 이쯤에서 책 앞부분에 등장하는 하이젠베르크의 말을 경청해 보자.

인류의 사상사에 있어서 , 두개의 다른 사상의 조류가 만나는 그러한 지점에서 가장 풍요한 발전이 자주 이루어진다는 것은 아마도 거의 전적으로 타당한 애기일 것이다. (…) 행여 그처럼 긴밀히 서로 연결을 맺어 하나의 진정한 상호 작용이 일어날 수만 있다면 우리는 그곳에서 새롭고도 흥미진진한 발전이 곧 뒤따라 전개될 것이다고 기대하도 좋으리라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저자는 물리학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롭고 풍요로운 관점을 제시하기 위해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을 긴밀하게 연결했다. 그리고 나는 내 직업에 가장 본질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새로운 관점과 개발을 연결하고자 이 책을 읽었다.

 

 

의미 찾기

본질적인 질문이란? 간단하다. 내 직업인 프로그래머의 정의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정의란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하다. 정의는 그 행위의 타당성과 가능성 그리고 세상을 해석하는 관점을 드러낸다. 정의가 있어야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즉 내 행위에 대한 물음의 답은 최종적으로 정의로 환원된다. 예를 들어 왜 객체 지향을 하느냐는 질문 끝에는 프로그래머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실마리를 잡다

이러한 정의를 해당 분야에서만 찾기는 쉽지 않다. 즉 컴퓨터 분야에만 한정되어서 정의를 고민하다 보면 중요한 걸 놓치기 쉽다. 특히나 우리 분야는 더 그렇다. 우리 분야의 핵심은 컴퓨터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현실 세계와 강하게 결합하여 있는데 현실 세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리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 세계는 무엇인가? 현실 세계를 구성하는 건 결국 사람 아니던가? 현실 세계라는 걸 좀 더 접근해 보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라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내가 개발자이지만 인문학책을 계속 읽는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정의를 찾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일종의 실마리를 얻었다. 아직 언어로 표현할 만큼 명확하진 않지만 계속 고민하면 좋은 답을 얻을 거라는 직감이 든다. 그것만으로도 이 책의 값어치를 충분히 했다는 생각이 든다.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표지를 스캔 떴다
현대 물리학과 동양사상 표지